어릴 적 심부름을 다녀온 기억이 있으신가요?
"간장 하나 사 오너라."
"우유 두 개만 사 와."

부모님의 심부름을 받아 동네 슈퍼로 뛰어가던 풍경은 한때 너무나도 평범한 일상이었습니다. 계산대 옆에 놓인 사탕을 한참 바라보다가 용돈이 남으면 하나 집어 들고, 아이스크림 냉동고를 열었다 닫기를 반복했던 기억도 많은 분들에게는 익숙한 추억일 것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조금 다릅니다.
골목을 아무리 둘러봐도 편의점은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예전처럼 오래된 동네 슈퍼는 좀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문득 '언제부터 이런 풍경이 달라졌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오늘은 우리 일상 가장 가까이에 있었지만 어느새 하나둘 사라져 간 동네 슈퍼의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사장님, 외상으로 해주세요."
요즘 젊은 세대에게는 조금 낯선 말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예전 동네 슈퍼에서는 외상이 특별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오랫동안 같은 동네에서 장사한 사장님은 손님의 이름은 물론 어느 집 아이인지까지 기억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갑자기 지갑을 두고 왔거나 급하게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장부 한쪽에 이름을 적어두고 나중에 계산하는 일이 흔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신기한 문화입니다.
카드 승인도, 휴대전화 인증도 없었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믿음으로 가게가 운영되던 시절이었습니다.
동네 슈퍼는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을 넘어 서로의 안부를 묻고 이야기를 나누는 작은 사랑방이기도 했습니다.
편리함은 늘었지만 잃어버린 것도 있다
대형마트가 생기고 편의점이 늘어나면서 장보기는 훨씬 편리해졌습니다.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무거운 생수와 쌀도 집 앞까지 배송됩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분명 이전보다 훨씬 편리한 시대입니다.
하지만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듭니다.
편리함을 얻는 동안 골목에서 자연스럽게 마주치던 사람들과의 관계도 조금씩 사라진 것은 아닐까요?
예전에는 슈퍼에 가면 동네 이웃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아이들은 과자를 고르며 친구들과 이야기를 했습니다.
지금은 대부분 필요한 물건만 빠르게 사고 돌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생활은 편리해졌지만, 일상의 풍경은 조금 달라졌습니다.
사라진 것은 가게가 아니라 추억일지도 모른다
오래된 골목을 걷다 보면 간판은 남아 있지만 문을 닫은 슈퍼를 볼 때가 있습니다.
바랜 아이스크림 광고와 녹슨 셔터를 바라보고 있으면, 그곳을 드나들던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물론 시대는 변합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생활 방식도 함께 달라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입니다.
그럼에도 동네 슈퍼를 떠올리면 많은 사람들이 미소를 짓는 이유는 그곳이 단순히 물건을 파는 장소가 아니라 어린 시절의 기억과 이웃의 온기를 함께 간직한 공간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에게서 사라진 것은 슈퍼가 아니라, 골목에서 자연스럽게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던 그 시절의 일상인지도 모르겠습니다.